‘賂物’을 국어사전에서는 ‘일정한 직무에 있는 자의 직위를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주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미국 상소법원 판사 겸 법학교수로 유명한 존 누넌은 ‘뇌물’을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공공기능을 부정한 방법으로 방해, 왜곡하려드는 일체의 행위’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했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뇌물은 처음부터 ‘大罪’로 인식돼 왔다.
‘외적에 의해 국토를 유린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그래서 미국 연방헌법에는 뇌물죄가 반역죄와 함께 국가적 ‘2대 중죄’로 언급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죄이며 중죄인 뇌물범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집권을 하고 집권기간중 통일을 이룩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이탈리아의 전후 지도자 줄리오 안드레오티 총리, 일본의 가네마루 신 부총리, 집권말기의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등이 검은 돈, 뇌물의 덫에 걸려 불구자가 되었다.
뇌물로 망신당한 사람은 한국에도 물론 많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 보통사람들은 뇌물 먹은 게 들통나면 거의 회생을 못하는데 소위 거물들일수록 풀려 나오기를 잘 한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특히 그러하다.
몇 억원, 몇 십억원을 뇌물로 받아 쓰고도 태연자약하다. ‘정치자금이다. 후원금이다. 대가성이 없는 돈이다’라며 되레 큰 소리를 떵떵 친다. 하기야 ‘정치가란 도덕가가 돼서는 될 수 없는 것’이라거나 ‘정치를 직업으로 가지면서 정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이 있기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넌지시 주는 부정한 재물을 물리치지 않은 사람은 낚시질에 걸린 물고기와 같은 신세다. 물고기 같은 인간이 되어도 좋다는 사람들을 말리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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