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의 이중주

지난 26일, 지방자치제를 둘러싼 두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제는 지난 90년대 초 단식 농성을 벌이며 관철해 낸, 30여년을 싸워온 사건”이라고 규정한지 채 6시간도 안돼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가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30여년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지난 95년 이후 지방자치제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회 의원들이 법 개정과 관련, 철야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지난해 4월 ‘자연보전권역내에서 외국자본이 투자되는 50만㎡ 이상의 관광지 조성을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수정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입법예고했다가 지난해 12월 차관회의에서 부결되자 이 조항을 삭제한 뒤 최종안을 입법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는 외자유치가 국가 현안이었지만 지금은 IMF가 극복됐기 때문에 필요가 없다”는 것이 관련 부처의 입장인 반면, 경기도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김종필 전 총리도 약속했던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가 이미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및 관련 부처에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데 이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도 가세해 경기도 전체가 ‘들고’일어났다.

그런데 시·군의회 의장단협의회의 농성 장소가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이나 자민련, 혹은 세종로 청사가 아닌 한나라당 중앙당사인 것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영구 양평군의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22일자로 정부에 건의서를 보냈는데 올 1월8일자로 ‘검토하겠다’는 회신이 왔다, 그런데 기가 막힌일은 이미 7일에 최종안이 입법예고됐다”며 “그런 정부와 여당은 다 한통속 아니냐”고 설명했다.

지방자치제 부활에 일등공신은 김대중 대통령이며 또한 ‘역사적인 평가’를 받을 일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더불어 지방자치제의 내실을 다지는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남은 과제임이 분명하다. 김 대통령의 ‘과제’처리를 지켜볼 일이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