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 발표에 대한 자민련의 ‘음모론’ 제기로 2여 갈등이 격화되면서 음모론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자민련의 음모론이 민주당이나 총선연대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충청권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정략적 측면이 강하다며 증거 공개를 통한 실체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자민련이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의 골자는 ‘시민단체의 공천반대 운동은 근대화 및 보수세력의 본산인 자민련을 말살, 이번 총선을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2당 구도로 끌고가려는 급진·진보세력의 정치음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자민련은 그 배후로 청와대와 민주당을 지목, 연일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4일 음모론을 공식 제기한 김현욱 사무총장은 “6개월전부터 여권 핵심부가 개입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쏟아지는 증거제시 요구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기에 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이미 모 대학 교수로부터 증언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흘리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발을 빼는 등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 주변에서는 자민련이 ‘탄압받는 JP’라는 인상을 부각시킴으로써 충청권의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 음모론을 만들어 확대재생산하는 등 ‘자작극’의 의혹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음모론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던 민주당이 지난 28일 “음모론은 뿌리도 실체도 없는 것”이라며 “음모론을 확산시킨 당사자들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나아가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음모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양당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음모론으로 야기된 지역감정보다는 지난 2년간의 업적을 근거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음모론을 정면 비판했다.
이처럼 음모론의 실체에 대한 논란과 비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자민련이 증거공개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대해서는 당내 일각에서도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음모론을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안다”고 말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당직자는 “근거가 있다고 해도 신빙성과 신뢰성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때는 오히려 역풍이 올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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