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쓸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로우면 체면은 물론 이면도 안가리고 아무쪽이나 달라붙는 사람을 가리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기 잇속만 차리는 간사한 사람을 질책할 때 ‘도대체 너는 간도 쓸개도 없느냐’고도 한다.

이 속담의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학계에선 이 속담이 의학적이라고 한다. 옛 사람들이 장기의 기능이나 위치를 훤히 꿰고 있었다는 것이다.

간과 쓸개중 한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은 두 장기의 기능이 서로 다른 한쪽을 대체할 수 있을만큼 유사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실제 쓸개는 의학적 관점에서는 간의 복수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담즙으로 불리기도 하는 쓸개즙은 사실 쓸개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쓸개즙이 쓸개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쓸개는 담즙을 저장하는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

진화학자들은 쓸개가 간이나 혹은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도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부학적으로도 간과 쓸개는 밀접한 관계다. 쓸개는 간 바로 밑에 위치해 마치 간에 달라붙어 있는 듯 하다.

간과 쓸개의 이런 관계는 ‘간담이 서늘하다’는 등의 속담에서도 알 수 있고 ‘담력이 크다’ ‘간 큰 사람’이라는 말에서 보듯 담과 간은 사실상 비슷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고대서양에서는 ‘담즙질’유형은 ‘의지에 강하고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가리켰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4·13 국회의원 선거 후보공천·낙천 후유증으로 탈당하거나 헤쳐 모여를 거듭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고 비유해도 욕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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