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婦

동상례라고도 하고 댕기풀이라고도 했다. 장가든 신랑은 신부집 동네 총각들에게 푸짐한 술상을 내야했다. 관례를 올리고 첫날밤에 들기전이다. 이 댕기풀이가 간단하지 않다. ‘처녀 도둑놈’(신랑)으로 시비를 걸어 신랑신부를 함께 묶어 매달기도 하고 방망이로 신랑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치기도 한다. 장난이 심해지면 신랑 장모되는 이가 발을 동동구르다 못해 나와서 ‘봐달라’며 애원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같은 동네 총각들의 짓궂음은 동네 처녀를 빼앗아(데려)가는 신랑에 대해 심술기를 부리는 면도 있지만, 처음 본 신랑신부가 첫날밤에 어색하지 않도록 댕기풀이 장난을 통해 예비접촉을 갖도록하는 조상들의 슬기어린 민속이었다.

벌써 40∼50년전에 사라진 민속이다. 그땐 신부가 며칠지나 이윽고 신랑따라 시댁으로 신행갈땐 친정어머니와 차마 헤어지기가 서러워 곱게 단장한 뺨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친정어머니도 신부의 등을 다독거려주고는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지금 세상에는 예식장에서 신혼여행 떠나기가 바빠 눈물 흘리는 신부란 볼 수가 없다.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눈물짓는 친정어머니는 있지만 요즘 신부는 울기는 커녕 마냥 싱글벙글이다. 그렇다고 어찌 석별의 정이 없을까마는 시속이 달라진 것이니 그저 시집가서 잘 살면 그것이 친정어머니에 대한 보은이라 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한동안 뜸했던 결혼청첩이 또 늘어간다. ‘인륜지대사’를 경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역시 아름다운 것 같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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