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교사들

얼마전 명예퇴직한 한 50대 초반의 한 교사가 “이젠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더 이상 안보게 돼 후련하다”고 사석에서 실토한 일이 있었다. 교권 붕괴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실례이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꾸짖은 교사를 교실로 찾아가 뺨을 때린 일이 있었다. 교사가 체벌을 한다는 이유로 제자가 스승을 경찰에 신고해도 놀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교사를 천직으로 알았는데 이젠 그만 두고 싶다는 중학교 선생님이 늘어난다고 한다. 학생들이 무섭다는 것이다. 꾸지람하거나 벌을 주고난 날이면 그 교사의 승용차에 날카로운 흠집이 생긴다고 한다.

1년 중 가장 보람을 느껴야할 ‘스승의 날’은 ‘촌지 받는 날’로 매도됐고 급기야 정년단축의 충격파까지 밀어닥치자 교사들은 ‘정 떨어진’교단을 서둘러 떠났다. 스스로 선택해 학교를 떠난 명예퇴직 교사가 2만여명이 넘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전국교사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6.6%가 ‘교직을 그만 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거? 인간두 아니야! 걔 똘아이야! 죽여야 돼!”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 둘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소리로 했다는 말이다.

“누굴 죽여야 돼?” 물었더니 당당하게 “우리 담임요!”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세상이다. 물론 전체가 이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만일 모두 이렇다면 국가 장래가 아득하다. 절망적인 사회다.

‘우리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시는 분’으로 흠모했던 옛 스승관은 전설이 되었다. 많은 교사들이 왜 교단을 떠났으며 계속 떠나려 하는가. 과연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교사인가, 학생인가. 정말 누구의 잘못이 더 많은가를 깊이 따져봐야 할 때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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