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고양시 원당동 서삼릉 인근에 신설예정인 대중골프장 부지가 문화재보호구역인데도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 건설이 추진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강매∼원흥간 도로가 골프장 신설 예정 부지를 가로지르게 되자 고양시가 도로의 선형까지 변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원당동 산 38의23 일대 42만5천700㎡ 한 가운데에 고종황제의 후궁이자 의친왕의 생모인 덕수 장씨 묘역이 섬(島)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서울컨트리클럽이 고양시에 제출한 골프장 신설조감도에는 골프장이 묘를 둘러싸고 있으며 묘역 전체가 1만3천200㎡에 이르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특히 강매∼원흥간 도로가 당초 기존의 한양골프장 일부를 통과한 후 신설예정인 골프장의 6·8홀을 가로 질러 가도록 돼 있었으나 고양시가 골프장을 비켜 축협 유우(乳牛)개량소와 농협전문대 일부를 통과하도록 도로 선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이러한 처사는 문화재보호구역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40년 전에도 서삼릉역 40만평을 훼손하여 한양 서울골프장을 만들었는데 또 다시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것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현재 골프장 부지로부터 반경 1.5㎞ 이내에는 인종·철종 등의 왕릉과 태실(胎室) 등이 있는 서삼릉이 자리하고 있다. 서삼릉은 당초 1백30만평 규모였으나 60년대 이후 골프장, 목장, 군부대, 농협전문대 등 부지로 1백23만평이 잘려나가 현재 약 7만평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고양시가 대중골프장 신설추진을 강행할 경우 특정 골프장의 편의를 봐준다는 의혹을 사게될 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도 외면하는 것이다.

고양시는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지역이었으며 조선조 시대에는 한양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고적과 귀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향기 드높은 고장이다.

이러한 고양시가 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땅히 재검토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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