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의 편액과 주련 책자 발간

대부분의 사찰 관람객이 전각의 겉모습이나 불상,돌탑 등만을 보고 지나치고 만다.

그러나 전각에 걸린 편액(扁額)이나 기둥에 써붙인 주련(柱聯)을 꼼꼼히 뜯어보면 훨씬 알찬 문화재 답사를 즐길 수 있다.

편액과 주련에는 절의 내력, 전각과 당우의 의미, 그리고 이곳을 거쳐간 승려들의 수행지침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씨의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고승이나 서예가, 국왕들이어서 그들의 법력과 품성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대한불교진흥원은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동원해 전국 주요 사찰의 편액과 주련을 집대성하고 그 뜻과 조성연대, 글쓴 이, 글씨 평 등을 곁들인 ‘한국 사찰의편액과 주련’을 펴냈다.

서예ㆍ전각가 권창륜ㆍ김양동ㆍ여원구, 서예가 김응현,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범하, 동국대 역경원장 월운,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장 홍윤식 등 편찬위원과 고일지 한국불교인문학연구원장을 비롯한 자료조사 및 집필위원이 전국 1천200여 사찰을 대상으로 3년간 조사작업을 벌여 작품을 골랐다.

상-하권 1천100쪽에 200여 사찰의 편액 2천여개와 주련 300여개를 담았고 ‘가람의 구조와 편액의 의미’, ‘사찰 편액과 주련의 서예사적 고찰’ 등 논문을 실었다.

부록에는 필자 해설, 당우 해설, 주련 원문 풀이, 주련 출전 해설, 주련 난해어해설, 게재 사찰 색인 등을 수록해놓았다.

사찰에서 편액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양산 통도사의 대웅전으로 뒷면을 제외한 세 방면에 각각 편액이 걸려 있다.

전면의 ‘금강계단(金剛戒壇)’은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 오른쪽의 ‘적멸보궁(寂滅寶宮)’은 통도사에 주석했던 구하(九河) 스님의 글씨이고 왼쪽의 ‘대웅전(大雄殿)’은 석봉체(石峰體)의 진수를 보여준다.

신라 명필 김생의 글씨로 알려진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大雄寶殿)’, 고려 공민왕이 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無量壽殿)’, 명장 이순신의 여수 흥국사 ‘공북루(拱北樓), 추사 김정희의 영천 은해사 ‘대웅전’, 원교 이광사의 구례 천은사 ‘극락보전’(極樂寶殿)’, 조선 정조의 해남 대흥사 ‘표충사(表忠祠) 등은 편액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먼길을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만하다.

해당 전각에 모신 불보살의 중심사상을 시문으로 표현하거나 고승 법어의 한 대목을 써놓은 주련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사찰 순례를 더욱 뜻깊게 한다.

출전은 ‘석문의범(釋門儀範)’ ‘화엄경(華嚴經)’ ‘나옹집(懶翁集)’ ‘벽암록(碧巖錄)’ ‘전등록(傳燈錄)’ 등으로 다양하며 합천 해인사 퇴설당처럼 경허(鏡虛)선사가 자작한 경우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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