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권

각종 공연장에 무료입장할 수 있는 초대권은 당초 객석을 채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시작됐다. 출연자가 자기 PR을 위해 무더기로 입장권을 사서 친지나 제자들에게 뿌리는 사례도 적지는 않았고 반대로 출연자의 가족이 출연자의 인기도를 높여줄 목적으로 다량의 입장권을 구입, 초대권 형식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초대권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공짜 심리와 특권의식의 발로가 됐다.

지금도 외국의 유명 교향악단이나 인기 오페라·뮤지컬 공연이 있을 때면 국회의원 비서관이나 정부 부처 직원들이 초대권을 보내라고 공연 주최측에 전화를 건다고 한다. 티켓 값을 줄테니 ‘초대’ 도장이 찍힌 입장권을 달라는 요구도 한다는 것이다. 초대권 소지자는 특권층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프랑스·일본·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선 홍보를 위한 프리뷰 공연에서 평론가·언론·후원기업에 초대권 몇장 보내는 것으로 그친다.

일본에서는 현장에 올 수 있는지 확인해 최종적으로 초대자 명단을 작성, 초대권을 발송해 사석(死席)을 예방한다. 지정석이 있는 초대권을 받고도 입장하지 않아 객석의 이곳저곳이 비어있는 우리의 공연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공연기획자 재팬아트의 경우 2천석 규모의 공연에서 4%(20장)정도를 홍보용 초대권으로 제공하고 출연 성악가들에게는 1장의 초대권을 준다.

3년째 2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뮤지컬 ‘노틀담의 곱추’를 공연중인 파리 팔레 드 콩그레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초대권 청탁이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짜 티켓을 요구한다구요? 그건 조직폭력배들이나 하는 짓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조직폭력배라는 오해를 받기 싫어서 초대권 갖고는 입장하지 않는 공연장 문화가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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