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총통선거는 국민당분열, 금권 부패폭력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으로 야당인 천수이벤(陳水扁) 후보에게 돌아갔으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중국 주룽지(朱鎔基)총리의 전쟁불사 강경태세속에 타이완 태생의 거부인물을 당선시킨 타이베이는 전쟁위험의 공포속에 생필품사재기, 해외항공권 사두기가 한창인 것으로 전한다.
새 총통은 오는 5월20일 취임하지만 취임에 앞서 당장 전쟁위험해소를 비롯, 힘겨운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다. 이에비해 경제 및 외교에 대한 경험부족, 민진당의 인재난은 국민당과 무당파와의 필연적 제휴로 정국안정을 위한 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섣부른 독립추진은 양안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해외투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 타이베이 경제를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력행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긍정적으로 볼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 총통당선자 역시 중국에 대한 공연한 자극은 타이완을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점에서 ‘독립을 선언하거나 헌법에 양국론을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라며 타이완의 장래를 결정짓는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배제, 한발 물러선 것은 적절한 조치다.
우리가 양안의 긴장악화를 걱정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력충돌은 중국과 타이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로인한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중국의 제동력 상실은 동북아안정을 위해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국민당의 50년 타이완통치 종지부, 타이완 태생 새 총통의 압도적 당선은 역사의 전환이다. 세월의 변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중국과 타이완은 상호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양안관계를 예의 주시해가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대처, 추호도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 타이완에 정권교체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새삼 달라질 것은 없다.
다만 정치에 다분히 냉소적이었던 타이완 유권자들이 전례없는 82.69%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과거 어느때보다 투표에 대거 참여한 서민층의 관심은 ‘정치가 아니고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줄 새지도자였다’는 외신보도는 우리의 실정을 한번 생각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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