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 잃는 경기문화재단

본보가 엊그제 연일 보도한 경기문화재단의 직제개편 내막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 사공이 많아서인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아 황당스럽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개편한 직제내용 가운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먼저 그동안 행정부지사가 수행했던 이사장을 도지사가 맡도록 바꾼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 총무처를 기획조정실로 바꾸고 경기문화재단 업무의 핵심부서인 문예진흥실을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부지사가 이사장이었을 때도 도정수행상 많은 일로 재단운영을 거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정치적으로도 매우

공사다망한 도지사가 이사장이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획부를 문예진흥실에 두지 않고 기획조정실로 이속시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문예진흥실은 문화부와 예술부만 남게돼 경기문화예술진흥이라는 경기문화재단 설립목적이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까지 개설, 부족한 전문위원을 증원하려던 국제부를 문화홍보부에 통합시킨 것과 문화홍보부를 강화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문화홍보부를 도정홍보기관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은 사무총장과 총무처장이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예진흥기금을 마치 도지사 개인이 지원하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일 등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차제에 경기도에 건의한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전대로 행정부지사가 그 직을 유지하던지 아니면 민간인을 초빙하여 운영하기 바란다.

기획부는 문예진흥실에 계속 두고, 재단을 도정홍보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기문화재단은 명칭 그대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전당이어야지 정치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화관광국 소속이나 산하가 되어서는 특히 안된다. 본란이 이러한 고언을 하는 것은 경기도를 사랑하는 충정 때문이다. 직제개편의 재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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