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서해5도 통항질서 선언은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일방적 발표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 획정의 후속조치다. 실패한 자존심을 뒤늦게 일방적 선언으로나마 살리면서 부수효과를 노리고자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4월의 꽃게철 겨냥, 총선정국흔들기, 대미협상 압박카드용으로 보이는 포석은 상황전개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를 보일수가 있긴 있다. 그러나 저들의 통항질서선언을 남북간 대화카드로 보는 정부측 견해엔 동의하기 어렵다. 베를린선언이후 체면불고한 화해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기껏 돌아온 것은 상투적인 전제조건 제시에 이어 이번엔 기습적인 통항질서 선언의 적대행위 뿐이다.
같은날, 청와대 측은 성우회 회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북한과 대화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말이 나왔다. 적대감만 계속 노출하는 저들과 직·간접으로 어떤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들의 판단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는 국민적 합의속에 추진돼야 한다. 만약 뭔가가 있으면 떳떳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채널가동설을 부인한적이 있는 정부가 국민에게 이중플레이를 보이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우리는 고위층의 그같은 대북 제스처 과잉이 자제되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통항질서선언에 대한 과민반응이 절제돼야 할 것으로 안다.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은 총선정국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북측의 대미카드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짙다.
그러나 꽃게잡이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해5도 어장관리에는 지금부터 각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다. 지난해 연평해전의 경험에 비추어 무력도발까지는 안할 것으로 보는 일부의 견해는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술상 필요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사양치 않는다. 전술은 전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대내외 문제를 전술적 개념으로 포함하고 있는 저들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남북화해를 누구 못지않게 갈망하지만 감상적 접근은 금물임을 강조한다. 진정한 화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군 당국은 북측의 선언에 NLL(북방한계선) 침범은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미덤직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해군당국의 의지천명에 있다. 저들의 무슨 선언을 정치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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