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TV 사극 드라마 ‘용의 눈물’과 ‘왕과 비’가 끝나고 ‘태조 왕건’ 방영이 시작됐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용의 눈물’과 ‘왕과 비’는 시청자들의 인기와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용의 눈물’과 ‘왕과 비’ 등 궁중사극은 아무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사실고증이 잘 안되고 정치사의 핵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등 문제거리가 많았다. 궁중의 과부인 대비들은 소복을 입고 여생을 보내게 마련인데 ‘왕과 비’에서 덕종비 인수대비(소혜왕후)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계속나왔다. 대비가 마구 걸어서 궐정을 왕래하거나 왕의 집무실에 멋대로 나타나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사실이 아니다.
궁중의 왕족이나 비빈들은 몇 발짝을 움직이려 해도 연(輦)이나 가마와 같은 것을 탔었다.
조선시대에는 신하들이 왕을 접견할 때는 항상 부복(俯伏)의 자세로 대화를 하고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임금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는데, 사극에서는 신하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마주 앉아 왕을 노려보면서 큰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실록은 승리자의 기록인데 궁중사극이 실록을 위주로 제작되고 있는 데도 문제가 있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남긴 자료들을 근거로 한다면, 패한 자, 또는 민초들의 삶을 그리기가 어렵다.
잘못된 궁중사극은 국민의 역사의식을 그르칠 수 있고, 역사와 현실정치를 올바르게 바라보는 눈을 해칠 수 있다.
극작가들은 물론 역사학자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극본자체가 문학적 창작에 속하기 때문에 픽션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물을 다룰 때는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지나치게 시청률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국민의 올바른 역사의식을 부양하는데 힘써야 한다. TV 방송국이 궁중사극을 제작할 때는 지나치게 시청자의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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