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와 역린

엊그제 실시됐던 4.13총선은 국회의원 총선거 사상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씻지못할 오점을 남겼다.

또 승승장구하며 관록을 자랑하던 다선의원들이 추풍낙옆처럼 쓰러져 당초 예상을 뒤엎는 이변과 경악이 교차하며 전국 곳곳에서 희비쌍곡선을 연출했다.

오산·화성선거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주당 강성구 후보가 현역의원을 비롯한 2명의 야당 후보들을 제치고 승리함에 따라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재선의원을 배출하지 않은 기록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지켜졌다.

지역발전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한다면 다선의원이 배출돼야 마땅하지만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요청 또한 불가피하기 때문에 혹자는 이같은 양면성을 꼬집어‘두얼굴을 가진 선거의 실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오산·화성지역 선거는 14대 때 초선의원으로 당선된 한나라당 정창현 후보, 15대때 정후보를 누르고 엮시 초선의원이 된 자민련 박신원후보, 그리고 강성구 후보가 출마해 자웅을 가렸지만 결과는 이들을 가볍게 제치면서 정치에 첫발을 디딘 강후보가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한비자의 설난편(說難篇)에‘역린(逆鱗-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이란 말이 있다.

용은 상냥해서 친하면 탈 수도 있지만 잘못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상대를 해친다는 뜻으로 노여움을 의미해 일컫는 말이다.

유권자를 역린으로 비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거에 당선됐다고 자만하거나 방심하면 용의 턱에 거슬러 난 비늘은 반드시 노여움으로 보답할 것이다.

재선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선전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당선자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어야 할 몫이 우리 유권자들에게 있지 않을까.

/화성=조윤장기자 <제2사회부>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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