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와 교사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에는 먹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남의 집으로 보내면서 ‘입 하나 던다’고 하였다.

한 집안에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식구’라고 한다. 이 말은 가족과는 좀 다르지만 식구라면 대개 가족이었다.

‘식구(食口)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밥 먹는 입’이다. ‘식구가 여섯이다’라고 하면 집안에 밥 먹는 입이 여섯이라는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이긴 하였지만 예전에는 모처럼 집에 온 사람을 그냥 보내기가 섭섭해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서 무엇이라도 손에 쥐어 보냈다. 정 줄 것이 없으면 보리 한 됫박이라도 싸서 보냈다. 이 보리 한 됫박이 바로 ‘촌지(寸志)’다.

촌지란 주어서 즐겁고 받아서 고마운 그런 것이다. 서로 부담없이 나누는 인정이 촌지다.

학부모가 자녀의 선생님을 찾아갈 때 양말 두어 켤레, 고기 한 두근 사가지고 가는 것이 촌지다. 미처 그런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봉투에 소주 한병 값이나 넣어서 놓고 나오는 것이 촌지다. 교사는 사양해도 좋겠지만 성의로 생각하고 고맙게 받아두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이러한 전통사회의 촌지가 요즘은 ‘선물’도 아니고 ‘뇌물’로 인식이 변했다. 촌지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보리 한 됫박이 값비싼 고급물건으로, 소주 한병 값이 심상치 않은 액수로 바뀐 것이다.

‘촌지를 주고 받았다는 오해를 살까 봐 학부모님이 학교에 오시면 겁이 난다’는 교사들이 뜻밖에도 많이 있다.

지난 해 ‘스승의 날’, 교실에 놔두고 간 상품권 1장을 학부모가 누군지 몰라 돌려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교사를 본 일도 있다.

담임 선생님이 사양할 것 같아 몰래 이름도 밝히지 않고 놓고간 상품권이 바로 촌지의 미덕이다.

/淸河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