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학부모관계 제조명한 뮤지컬

“공부 잘 하면 사랑받지만 대학 못가면 저주받는 우리 / 알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 대학 안가면 아무 것도 못하는 이상한 세상.”

청소년의 달을 맞아 이들의 꿈과 현실을 되짚게 해주는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

극단 좋은문화는 엄인희 작, 송미숙 연출의 ‘꿈꾸지 마!?’를 1일부터 10일까지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공연한데 이어 15일부터 6월9일까지는 서울 강남 코스모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이 뮤지컬은 겉으로는 꿈을 가지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실 안에 자식을 붙잡아두려는 어른들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는다. 그리고 부모들이 무엇을 해야하며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제목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동시에 붙어 있는 것은 학부모와 청소년의 거리를 상징해주는 기호역할을 하고 있다.

무대는 고교 교실과 학교강당, 경찰서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며칠 후 있을 어버이날 행사를 준비하는 고교 청소년들의 모습은 지금의 교육현장을 그대로 옮겨온 것.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지만 아이들은 그야말로 제 멋대로이다. 숙제 대신 벌받을 각오하고 등교한 녀석, 일본만화에 나온 시를 베껴온 녀석, 핸드폰 메시지를 받는 녀석, 수업중에 도시락 까먹고 틈만 나면 테그노 댄스를 추는 녀석 등 천태만상의 풍속도를 그려낸다.

다시 말해 교실에서는 공부가 최고덕목으로 간주되지만 청소년들은 그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고자 하는 것. 노래 잘 하는 아이, 컴퓨터 잘 하는 아이, 게임에는 누구에도 지지 않는 아이, 기막히게 춤 잘 추는 아이 등 평범하면서도 자기주장과 행동이 분명한 청소년들이 그 나름대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유분방함을 수용하기엔 현실이 너무 척박하다. 특히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가 독립된 인격으로 가정이라는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망각한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주기 바라며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재산도 자식에게 꼭 물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결과 아이가 100점이면 자신도 100점이고, 아이가 꼴등이면 자신의 인생도 꼴등 신세가 되고 만다. 격리불안을 느끼는 것은 학부모나 청소년이나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극중 여학생 정아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엄마의 동반자살 강요에 대해 “왜 자기 힘들다고 나까지 죽이냐구! 내가 뭐야? 엄마 살점이야?”라고 절규하는 대목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뮤지컬은 공부 못하면 ‘버려진 자식들’로 취급받는 교육현실을 특히 학부모입장에서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자식 사랑이 부모의 보상심리 때문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하면서 ‘아이에게서 자주독립하는 부모’가 되자고 역설한다. 그래서 락밴드 아이들이 됐든 연극 동아리 아이들이 됐든 모두가 따돌림받지 않고 떳떳하게 자랄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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