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화제가 된 재미교포 여성로비스트사건은 고위공직자들 기강이 얼마나 해이했던가를 말해준다.
당시의 내로라하던 장관들, 중진 정치인들이 40대 재미교포 여성을 가운데 두고 벌인 치졸성은 가히 인품을 의심케 한다. 그들 말대로 단순 사생활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보통여성이 아닌 미국의 무기상 로비스트인 점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설사, 거명된 인사들의 관련내용이 개인적 일이라 해도 객관적 시각은 그로인한 로비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려워 사생활 노출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로비스트는 이미 1천800만원을 군관계자에게 건내주어 무기관련 2급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상태에 있다. 이런 사람이 누군가의 전화 한통화로 출국금지조치가 풀린 적이 있다. 또 백두사업은 로비의 목적을 달성, 벌써 계약이 성사됐다. 군당국이 아무리 로비의 영향이 없다고 발표하여도 믿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이는 것이 국민적 의혹이다. 로비스트가 미모 하나로 막강한 배후 실력자들을 제멋대로 주무른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심히 우려스런 현상이다.
이런데도 막상 진실규명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검찰은 재수사를 말로만 다짐하고 있다. 관망하고 있는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의아스럽다. 당초의 수사가 의도적 축소수사였음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행여라도 그렇지 않다면 국기관련의 의혹에 걸맞는 결연한 수사의지로 국민적 의문을 시급히 풀어주는 것이 부하된 소임일 것이다.
정치권 또한 사태추이를 당리당략 차원으로 저울질만 할 일이 아니다. 백두사업은 구 정권에서 이루어졌다. 한나라당은 사건 규명에 능동적 자세로 나서 옥석을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역시 엉거주춤해 보여서는 항간의 의심을 사기가 십상이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통 흙탕물을 일으킨다’는 전래속담을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다. 유사한 병폐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의 처신이 분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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