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용 절반만 사용했다(?)

지난 14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제16대 총선 출마자의 선거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얼마나 알뜰하고 또한 준법 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관위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후보자 1천여명중 선거비용 법정한도액을 초과한 출마자는 한사람도 없으며, 사용액도 평균 6천3백여만원으로 법정한도액의 51.0%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당선자도 평균 사용액이 6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전국 평균을 약간 상회한 6천8백여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출마자들이 신고한 이런 선거비용 보고를 정확하다고 믿는 후보자나 유권자는 별로 없다. 즉 이는 출마자들이 법규에 의한 비용 보고에 억지로 끼워 맞춘 보고자료에 불과할 뿐 실제 사용 내역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선거비용 보고에 지구당 개편대회, 등록전 선거운동 준비비용, 의정보고 대회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실제로 선거때 느끼는 비용사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과연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사용액이 50%정도라고 보고한 것을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관위는 오는 6월말까지 선관위 직원은 물론 국세청 직원까지 동원하여 엄격한 선거비용 실사를 하며, 동시에 초과위반자가 발생하면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하였으나, 과연 선관위의 뜻이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는 기다려 보아야 될 것이다. 지난 선거때도 선관위가 엄격한 실사를 강조하였지만, 실제로 제15대 선거때도 선관위는 비용 초과자로 단 한명도 적발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 실사가 지난번과 같이 용두사미가 되거나 또는 출마자들의 선거 비용 초과를 오히려 합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해당 선거구 출마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렸는지도 알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는 실질적으로 철저하고 엄격한 실사를 하여 비용 초과자를 적발함은 물론 사법당국에 고발하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선관위를 방문, 선거비용 보고 자료를 열람하여 의문시 되면 선관위에

이의 신청하는 적극적 행동을 보여야 된다. 제16대 선거 역시 역대 선거 못지 않게 돈이 많이 든 선거로 알려지고 있어 유권자들이 금권선거 풍토를 개탄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때 보다 선관위 역할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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