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매장

미국의 우주장(葬)시대를 연 실레티스사가 내년에 200기의 유골을 달에 매장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얼마전에 있었다. 유골캡슐을 실은 로켓이 나흘동안 38만6천㎞를 날아 달표면에 충돌하면서 파묻히게 한다는 것이다. 유골당 1만2천500달러의 비용이 든다. 고인이 된 달 지리학자 메리트 웨스트씨 등이 예약됐다.

실레티스사는 1997년 4월 처음으로 우주장을 치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역시 유해캡슐을 실은 로켓을 지구상공 480㎞ 궤도에 쏘아올려 우주궤도를 선회케 했다. 우주정거장제안자 제타르드 오닐씨등 우주과학 관련자들과 별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뉴욕의 다섯살짜리 어린이등 24기의 유해캡슐이 쏘아졌다. 비용은 달매장 비용의 38.4%인 4천800달러였다.

그러나 1인당 평균 2.3∼3.2㎏ 나오는 유골가루를 캡슐에 다 담아 실어보내지 못한다. 3년전 지구상공으로 쏘아올린 우주장은 1인당 5.7g밖에 안된다. 내년에 달에 매장할 캡슐용량은 200g에 불과하다. 화장된 주검의 유골가루 가운데 극히 소량이나마 지구상공이나 달에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나라로 보낸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신은 입다가 버린 옷이나 다름이 없다. 옷은 몸에 걸쳤을 때 비로소 맵시가 난다. 사람의 몸 또한 혼백의 옷이다. 입다버린 옷이 덧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백이 떠난 시신은 다만 관념적 존재일 뿐이다.

우주과학의 발달은 극성스럽게도 우주장, 달매장을 가져왔지만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줌의 유골이 하늘나라로 가기보다는 혼백이 하늘나라로 가는 생전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본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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