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 당선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요즘 심히 괴롭고 난처한 모양이다. 그토록 믿고 의지했던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이 불법선거를 폭로하겠다고 수시로 협박을 하니 그야말로 ‘사람 참 환장할 지경’일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구나 “나도 폭로하겠다”며 찾아오는 다른 브로커들 때문에 지구당 사무실에 얼굴을 못 내민다는 것이다.
어떤 당선자 경우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한 운동원이 “사전 선거운동 증거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면서 수천만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불법선거를 폭로하겠다고 돈을 요구하거나 보좌관·비서 등에 대한 자리보장은 물론 심지어 가족들의 취업까지 요구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선자는 지구당 사무실에 진을 치는 10여명의 운동원들 때문에 진이 빠졌다고 한다. 매일같이 사무실로 출근해 밥값을 요구하고 술값 영수증까지 들이대기 때문이다. “돈을 안 주면 재선거를 각오하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경우도 있다. 낙선자에게 찾아와 당선자의 불법운동을 폭로해 주겠다며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불법선거를 폭로하겠다는 단체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협박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 실사결과 법정 선거비용의 2백분의 1이라도 초과 지출한 것이 확인될 경우 당선무효 가능성이 큰 현행선거법을 이용, ‘한몫’ 보자는 선거꾼들의 속셈이다.
그런데도 당선자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아무리 작은 잡음이라도 불법선거의 꼬리가 밟히는 계기가 될수 있기 때문에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까지만이라도 일단 무마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붙고 보자’고 수단 방법 안가린 당선자도 그렇고 한몫 챙기려고 계획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한 사람도 참 치사하기 짝이 없다. 진정한 선거운동원까지 망신스러운 노릇이다.
믿을 사람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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