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우리의 땅 독도를 지켜야하는 책무를 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자리지킴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이종학 독도박물관장(74·수원시 화서동)이 정부의 독도에 대한 무관심에 항의, 지난 23일 독도박물관의 문을 닫은데 이어 26일 정종태 울릉군수 앞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나 명실상부한 우리의 영토인 독도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는 커녕 ‘독도는 영해를 갖지않는 바위’라고 밝히는 등 굴욕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이씨는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3일 ‘지키지 못하는 독도, 독도박물관의 문을 닫았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폐쇄 조치했다.
이후 울릉군에서 바로 문을 열었지만 이씨는 “정부의 뚜렷한 독도수호의지가 보이지 않는한 문을 열지 않겠다는 제 뜻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박물관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박물관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정부가 독도에 무관심하고 독도가 위험한 상황에서 박물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개탄하면서 “일본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 사법부까지 가세해 독도영유권에 대한 명분을 축적해오고 있으며 갈수록 독도침탈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광구권을 설정해 과세를 해오고 있으며, 사법부는 판례로써 자국의 영토임을 못박고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는 일미안보조약까지 들먹이며 ‘한국에 의한 독도의 불법점거상태’를 해제하기 위해 미군에게 원조를 요청하자는 의원제안이 나오는가 하면, 한국에 경제지원이나 차관을 줄때마다 한국정부에 독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자는 발언이 언급되는 지경이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을 정부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저 또한 이런 정부 아래서 소임을 다할 수 없어 책임을 통감하고 박물관장직을 내놓게 됐습니다”
“독도박물관을 떠나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 땅 독도 지키기 남은 생을 바칠 것”이라는 이종학씨의 목메인 말이 마음을 무척이나 무겁게 했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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