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수백만명의 독자들로 하여금 책장을 눈물로 적시게 했던 장편소설 ‘아버지’(문이당)의 작가 김정현이 이번에는 ‘아들아 아들아’(삼진기획)로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아버지의 고뇌와 가족간의 갈등을 평이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아버지’는 지금까지 200여만부가 팔려나가 낱권 단행본으로는 사상 최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장편소설 ‘아들아 아들아’는 ‘아버지’와 연장선상에 놓인 일종의 연작이지만 얼개와 기둥줄거리는 판이하다.
주인공은 20여년째 말단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사 김경구와 걸핏하면 주먹질로 사고를 쳐 부모 속을 태우는 아들 준. 김형사가 의문사의 진상을 추적하는 추리 적요소와 아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멜로성 이야기가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하며 전개된다.
은행장 이민규의 아내 조연주가 고층 아파트에서 추락사하면서 수사가 시작된다. 경찰 간부들과 감식반원들은 자살로 결론내리지만 의심스런 점이 노련한 형사의 동물적 후각에 포착된다. 수사를 진행하자 조연주의 옛 애인이자 정부인 민경식이 새로운 용의자로 떠오르고 조연주의 사망 배경에 그의 출생 비밀과 불륜, 그리고 주식투자에 얽힌 돈 문제가 자리잡고 있음이 드러난다.
한편 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아들 준은 합의금을 구하지 못해 끝내 구치소에 수감되는데 참담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를 오히려 의젓하게 위로한다. 딸 지연까지 패혈증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날,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김형사는 아내의 앙칼진 성화를 뒤로 한 채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오히려 범인의 칼에 숨지고 만다.
작가가 추리와 멜로의 교직(交織)을 시도한 것은 최루성 감동에 긴박감을 더하는 동시에 김형사 일가와 살인 용의자 주변의 대비되는 삶을 보여줌으로써 주인공의 올곧은 삶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작가는 “다시는 쓰지 못할 것 같았던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아픔을 분노로 포효하고 싶은 발작에 또다시 이끌려 용기를 냈다”고 집필 동기를 털어놓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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