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추상미술의 역사를 총정리 해보기 위한 대규모 기획전 ‘한국현대미술의 시원’전을 8일부터 오는 7월27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김기창, 서세옥, 민경갑, 김종영 등 기라성같은 작가 100명이 모두 2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김환기의 ‘산월’, 유영국의 ‘산’, 김종영의 ‘작품, 58-3’ 등 볼만한 작품이 매우 많다. 작품은 추상미술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1950년대에서 60년대까지 제작된 것들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화단에 한 차례 파동을 일으킨 ‘주동자’는 김충선, 문우식, 김영환, 박서보. 이들은 ‘4인전’으로 기존의 화단풍토에 일격을 안겨주었다. 구상 중심의 국전에 반기를 치켜든 것으로 서양화단의 추상표현주의 운동이 최대의 원군이 된 것이다. 이들은 노도처럼 진격하며 미술계를 뒤흔들었고 한국전쟁이라는 암울한 시대상황과 부패한 보수화단의 분위기가 그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번 타오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이는 이듬해에 현대미술가협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같은해에 생긴 모던아트협회, 신조형파도 변혁의 함성에 동참했으며 이로써 20세기 한국미술의 일대 사건이 전개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국전에도 직접 영향을 줬다. 구상을 고집하던 국전에 반추상작품이 등장하는 등 변화를 몰고왔다. 국전 출신작가로 이뤄진 창작미술가협회가 57년에 반추상작으로 전람회를 연 것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30년대와 40년대에 추상미술을 도입한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등의 50년대 작품을 소개한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특히 국내 앵포르멜 운동을 주도한 초창기 4인방이 이번에 작품으로 다시 만나 이채롭다. 김충선은 ‘무제’로 전시장에 나타나고 문우식은 ‘탁상 위의 정물’로, 김영환과 박서보는 각각 ‘한제’와 ‘원형질’로 아득한 옛 시절의 추억을 더듬는다. 이를테면 44년만의 재회인 셈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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