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하는 평양은 공공미술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미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평양 중심부에 미술관과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기념비적 조소예술품이 시내 곳곳에 널렸다. 지하철은 움직이는 미술관이라고 부를만 하다.
1998년 11월, 북한 미술취재에 나섰던 윤범모(경원대 미술대 교수)씨는 단행본‘평양미술기행’(옛오늘)에서 그곳 미술의 이모저모를 자세히 들려준다. 당시 그의 취재는 남한미술인으로는 최초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북한 미술은 사회주의 사상을 표현하고 선전하는 게 주류를 이룬다. 천리마동상, 주체사상탑, 개선문, 대성산 혁명열사릉, 만수대 대기념비 등이 대표적 조형물들이다. 북한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예술 역사를 웅변하는 조형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 기념조형물의 압권은 만수대 대기념비. 이는 평양의 상징이자 북한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기념비는 높이 20m의 김일성 동상을 중심으로 총연장 200m에 이르는 조각군상이 장엄함을 자랑한다. 그리고 조형물 뒤 조선혁명박물관 외벽에 백두산천지벽화가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평양 중심가에 위치한 조선미술박물관은 북한미술품의 보고다. 1948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12만㎡에 21개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남한 출신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전시한 근대미술실. 김은호, 김용진, 이상범, 허건은 물론 김기창, 장우성 등 생존현역작가 그림도 버젓이 걸어놨다.
북한 지하철은 교통수단을 너머 미술품 감상공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움직이는 미술관인 셈이다. 깊이 100m의 평양 지하철 노선은 천리마선과 혁신선 등 크게 두개. 내부는 거대한 벽화 미술관을 연상케 할 만큼 대형 그림들이 곳곳을 장식한다. 예컨대, 영광역에는 ‘백두산 천지’라는 대형벽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와 같은 북한미술의 최대 ‘생산공장’은 만수대창작사다.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 미술창작기지는 3천700여명의 인원을 보유한 가운데 조선화, 유화, 조각, 출판화, 벽화, 도자기 등 10여개의 창작단을 운영하고 있다. 천리마동상의 오대영이나 영결식용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 제작자는 모두 이곳 소속 미술인들이다. 만수대 대기념비의 김일성 동상과 인물군상도 만수대창작사가 만들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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