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시험 못봤다고 옷 사러 보내주지도 않는다. 솔직히 말해 정말 아니꼽고 더럽고 싸가지 없다. 아무리 날 낳은 부모라지만 시험을 못보면 격려는 못해줄망정 뒤집어 놓고 패기나 하고…. 빨리 커서 독립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랑 아빠랑 연락끊고 살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쓰고 돌려 읽는 ‘모둠일기’에서 뽑은 내용중 일부분이다. 부모를 대놓고 욕하지 않은 게 그야말로 천만다행이다. “PC방 갔다 집에 왔는데 엄마가 막 뭐라고 해서 기분이 다 잡쳤다. 준석이(가명)가 자기 엄마를 욕하던 기분을 알것 같다”거나 “어른들은 우리를 눈곱만큼도 이해못하면서 항상 우리 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 역겹다”는 내용도 있다. “엄마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기가 막힌 얘기도 나온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최근 전국의 중고교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열명 가운데 한명 꼴이 ‘부모와 갈등이 많다’고 대답했다.
‘부모님은 예전에 잘못한 것 까지 다시 얘기한다’가 38.2%이고 ‘부모가 서로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고 다툰다’가 26.5%이다.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부모와의 대화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생 때도 그렇지만 자녀들은 중학생만 되면 또래들과 함께 부모를 평가한다는데 불만족스러운 점이 많을 경우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 부모가 엄격한 권위주의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지녔을 때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자식에게 살해돼 시신까지 토막나는 참극도 일어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부쩍 늘어났다.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고 하니 자녀들의 일기장이라도 몰래 읽어두어 자녀들의 심경을 미리 헤아리고 대처해야할 판국이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고 학대하는 부모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지금은 수난시대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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