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4일 제반분야 교류 활성화 등 5개항에 이르는 공동선언문에 합의·서명함에 따라 문화예술교류도 급류를 탈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 양측 문화예술계는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을 계기로 예술공연단이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공연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의 서울방문에 이르기까지 각종 교류를 국내외에서 가져왔다.
문화관광부는 이를 위해 문화예술팀, 관광팀, 문화재팀, 체육팀, 종교팀 등 5개팀으로 구성된 교류준비단을 최근 발족시킨 가운데 세부적인 교류방안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관련, 오지철 문화정책국장은 “양 정상이 교류원칙에 합의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남북 양측이 이제부터 구체적인 실무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문화예술분야의 교류논의도 새로운 각도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각 분야에서 다채로운 교류활동을 펴온 민간차원의 교류도 이번 남북합의에 따라 탄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고, 이같은 징후는 지금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분단 이전의 문화예술은 민족적 동질성을 공유하는 지름길이라는 장점이 있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으며 분단 이후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성을 뺀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문화재 분야의 경우 철원에 있는 궁예도성 유적을 남북이 공동 조사·발굴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한 학술교류도 적극 검토될 수 있다. 고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교류전도 충분히 가상해볼 수 있는 분야다. 북한 사회과학원 번역의뢰로 최근 국내 출간된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처럼 역사서를 중심으로 한 서적의 출판 역시 활발해질 수 있다.
문학분야에서는 남북 문인 100명의 작품을 수록한 ‘통일문학전집’의 공동간행이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있으며 남북을 아우르는 교과서 제작과 모국어 순화를 위한 문법통일안도 고려될 수 있다.
가요를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는 남북의 동질성을 가장 광범위하고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는 이미 ‘목포의 눈물’ ‘눈물젖은 두만강’ 등이 해금돼 인기를 끌고 있으며 남한에서도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이 이제 귀설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남북교류가 상호이해 속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가운데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남북교류의 정착을 위해서는 저작권 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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