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동안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인술을 폈던 의학의 아버지인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그는 그의 선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치겠다”고.
오로지 양심에 입각해 앓는 모든 이들을 치료하고 그 생명을 구하는 일에 자신을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던 그의 선서는 지금도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첫번째 윤리이자 덕목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약분업 방침에 반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 폐업으로 맞섰던 오늘날의 인술자들에게 있어 이 정신은 실종된 것이 분명하다.
진료를 거부하자 격분한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를 강제 퇴원시키려다 형사 입건되는 등 추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물질적 이익 추구를 위해 이 정신을 한치의 망설임없이 가차없이 내던져 버린 것이다.
며칠전 모 의대교수협의회장이 교수들과 함께 교수직을 집단 사퇴했는데 그 이유는 폐업하는 사람들에게 단지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였다고 한다.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수술을 못받아 숨진 것은 물론이고 치료를 못받아 아이가 유산된 산모의 뼈저린 절규 그리고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질책까지 모두 아랑곳 하지 않고….
히포크라테스의 고귀하고 숭고한 정신은 이제 동네 병·의원 벽에 걸려있는 그의 선언문에나 있을뿐 삭발까지 하고 투쟁을 벌이며 집단 이기주의를 관철시키려는 이들에게 찾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의료계 현실이다.
사상 유래없는 병·의원 집단 폐업 사태.
우리를 진정 슬프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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