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실망’

헌정사상 처음 열린 이한동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기대에 못미친다. 비록 서리이긴 하나 이미 임용된 공직자를 공직후보자의 자격으로 청문회를 갖는 모습부터가 이유가 어떻든 이상해 보였다.

임용후보자를 검증, 임용권자의 인사독선을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다. 검증은 공직자로써의 인격 소유여부, 공직수행능력의 자질을 구명하는 것이 인사청문회가 보편화된 선진국의 관행이다.

이한동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역시 외견상은 이에 초점이 맞춰지긴 했다. 그러나 질의 답변이 모두 산만하기 짝이 없어 판단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객관적 평이다. 서면질의 및 질문요지 일부가 미리 총리실에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맥빠진 청문회가 된 것은 유감이다.

이는 답변하는 측의 책임도 있지만 질문하는 쪽의 책임이 더 크다. 민주당 한나라당 각 6명, 자민련 1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국회 인사청문회 특위는 우선 정략적 행태를 지나치게 드러냈다. 야당은 무조건 흠집내기공격에 치중했고 여당은 덮어놓고 감싸기위주의 방어에 급급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 질문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요령부득이다. 제한된 시간에 공지하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는 사실에 대한

핵심을 중점삼아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원론적인 질문에 원론적 답변이 돼서는 인사청문회가 목적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 예컨대 단문단답형의 순발력있는 연쇄질문으로 답변하는 측이 절로 실체를 드러내게 만드는 것이 국민이 보고자하는 인사청문회 모습이다.

원론적 답변은 원론적 질문에 기인하고 이같은 질문은 또 연구빈곤에 기인한다. 즉, 공직자로써의 인격 및 자질에 대한 양면의 질문 모두가 거의 함량에 미달했다. 이한동총리서리는 널리 알려진 사람이지만 알려진 내용만 가지고 인사청문회를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인간 및 정치인 ‘이한동’에 대한 인물탐구가 빈곤한 것은 태만의 소치며,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룩되지 못한 것은 무능한 질문 탓이다. 이러다가는 인사청문회란 것이 한낱 구색맞추기 행사로 전락하여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회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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