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내기의원의 일침

“혹시 나도 정치를 오래하면 저렇게 되는 걸까”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이한동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4.13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딘 어느 새내기 야당의원의 일침이다.

청문회 첫날 질의에서 이 새내기 의원은 총선 전후 ‘말바꾸기’를 거듭해온 이총리서리의 어록을 제시하며 이같이 몰아부쳤다.

실제로 이총리서리는 지난 1월 자민련과 민주당의 공조파기 선언을 하면서 “자민련의 사전에는 공조란 없다”고 했고, 국민의 정부 초기 김종필총리 임명당시 “총리서리는 위헌”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과거 발언을 뒤집고 현 정부의 총리서리직을 수락하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당부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는 최근 이런 말바꾸기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위해 “정치인은 오래하다 보면 말을 바꾸기 마련”, “공자님도 말을 바꿨다”, “선거 때 했던 말은 선거전략상 했던 거짓말”이라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새내기 의원의 질의는 단순히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새내기 의원은 이어 초등학교 도덕교과서 내용중 ‘정직과 약속’에 대한 부분을 읽어가면서 “어린 아이들이 총리라도 되려면 거짓말도 잘해야 되고, 약속도 수시로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총리서리를 궁지로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이총리서리는 “결과적으로 말을 바꿔 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정치를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는 궁색한 ‘정치상황론’으로 일관했다.

어차피 통과의례 같은 인사청문회인 만큼 이총리서리는 29일 국회에서 무난히 총리인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들이 중차대한 국가정책 결정과정에서 그가 내뱉을 말을 어느정도 신뢰할지는 의문이다.

이총리서리는 어쩌면 어린 아이들과 새내기 정치인들에게 어떤 대답을 줄지 먼저 고민한뒤 총리직 수행을 검토해봐야 할 일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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