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림을 되도록 알뜰하게 꾸려 가라고 만든 지방의회가 일그러지고 뒤틀린 중앙정치의 복제판이 되어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 지방의회가 오는 8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폭언·몸싸움과 함께 선거결과를 둘러싸고 상호비방전을 벌이고 있어 선거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인천시 계양구 의회는 지난달 치른 의장단선거에서 3차투표끝에 의장후보 물망에도 오르지 않은 제3의 인물이 의장으로 당선되자 1·2차 투표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상대방이 사기극을 벌였다며 회의장을 나가버려 부의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의장불신임안을 내기로 하는 등 의장 당선자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가하면 남동구 의회는 의장단 선거에서 한표차로 낙선한 후보측 의원들이 4개 상임위 가운데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며 정기회 개회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상임위 활동을 거부하고 있어 의회의 파행운영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런터에 경기도 의원들은 인기있는 상위에 배정받으려고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방의회가 출범한 이래 그동안 우리 주변에선 지방의회가 국회의 못된것만 닮아간다는 비난이 줄기차게 제기됐었다. 이권청탁이나 부당압력부터 배운다는 지적이 있는가하면 회의장에서의 품위없는 처신이나 분수에 맞지않는 호화판 시설이 빈축을 샀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자치 정착이 일거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 자치시대의 주역이 되었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성실한 지역일꾼이 되기를 촉구했고 격려했었다.
하지만 이번 일부 의회의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노출된 추태를 보면서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지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지방행정을 감시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할 지방의원이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감투싸움과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기초 의회는 이름 그대로 민주주의의 뿌리로서 의원들은 사심없이 지역주민과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이제 더이상 중앙정치 무대의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되풀이 말아야 한다. 의원들은 선거때 내고장 주민들의 충실한 심부름꾼이 되겠다며 한표를 호소하던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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