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무지로 인한 중병

40여년전만해도 고봉산에는 호랑이가 있어 지금의 중산마을 민가에 가축들을 물어갔었다고 한다. 20년전에는 멧돼지가 목격됐으며 15년전에는 노루를 볼 수 있었다.

그러한 고봉산이 불법 산림훼손과 보존대책 부재로 중병을 앓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10년전 일산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저지대를 메우기 위해 지금의 중산마을 약 27만평을 깎아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보존가치가 적은 야산이었다’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봄 여름 가을 갖가지 들꽃들이 만발하고 듣기 좋은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곳이었다.

낙타 등을 연상케하는 오르고 내리는 등산로가 본일산 명성터미널 뒤까지 연결됐었다. 원당 주엽동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또는 아침운동삼아 뛰어서 찾아오는 양질의 약수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한주택공사가 일산2지구를 개발하면서 310번 지방도가 지나는 동남쪽 고봉산 자락 약 10만평을 택지로 개발한다.

이번에도 관계 공무원들은 ‘그 산은 보존가치가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10만평은 고봉산과 환경오염원으로 부터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곳마저 개발된다면 마지막 보호막이 거둬지는 것이다.

이렇듯 환경에 대한 무지 때문에 지금도 고봉산 정상 부근에서 갖가지 불법 산림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전 일산구청 직원들이 수연약수터에 있는 100여평 규모의 천막 배드민턴장을 철거하러 나갔다가 황교선 시장의 지시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일부 불가피한 사연도 있으나 형평성을 기하지 못한다면 고봉산 훼손을 절대 막을 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등산로 정비가 아니라 자동차 입산을 통제하고 훼손된 지역을 원상복구하는 일이다.

/고양=한상봉기자 sb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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