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2일)까지 (비가 많이 내려) 걱정했는데 (맑게 갠 23일) 하늘은 우리(의사)편인 것같습니다”
의사, 전공의, 의대생 등 1만여명이 모인 지난 2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앞 마당에서 대한의사협회 한 간부가 안도의 한숨을 내뿜으며 의권쟁취투쟁 경과보고를 하면서 한 말이다.
의료계는 8월1일부터 전면시행되는 의약분업의 모체인 약사법이 개악됐다며 이를 규탄하기 위해 계획했던 이날 집회가 궂은 날씨 때문에 자칫 지장을 받을까봐 매우 걱정했음이 표정마다 역력했다.
22일과 23일 수원·용인을 비롯, 경기남부지역에 사상최대의 300∼4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많은 농경지와 집이 물에 잠겨 14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의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목청을 돋우고 있는 같은 시각, 시름에 쌓인 수많은 이재민들은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며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이틀동안 내린 집중호우를 바라본 의료계와 이재민들.
‘비가 그치기를 바랬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그 관점은 서로 매우 달라 보였다.
의료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펼 행사에만 신경을 곤두세웠고, 대다수 국민들과 이재민들은 수해로 인한 피해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의약분업을 놓고 집단폐업과 단축진료까지 강행했던 의료인들의 이날 대규모 집회를 바라보는 이재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가재도구를 챙겼을까.
한 하늘아래에서 내리는 비도 다 같은 비가 아닌 것같다.
/과천=이동희기자 <제2사회부> dhlee@kgib.co.kr 제2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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