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와 수해는 글자 한자 차이지만 뜻은 정반대다. 뜻은 다르지만 무섭기는 마찬가지여서 한해도 무섭고 수해 또한 무섭다. 으레 한해끝에 수해가 닥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는 실로 오묘하여 한해대책끝엔 수해대책이 따르곤 한다. 한해와 수해는 모두 재해다. 당국의 재해대책이 한해와 수해를 망라한 ‘중앙재해대책본부’ ‘경기도 재해대책본부’로 한 것을 보면 타당성이 인정된다. 글자 한자 차이로 그때마다 간판을 바꿀수 없으므로.
마른장마속 가뭄으로 애를 태우더니 400㎜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져 마침내 한해끝에 수해가 닥쳐 야단이다. 주로 한수이남의 경기남부지역이 피해지역이다. 연중행사처럼 수해를 당한 북부지역이 무사히 넘긴 것은 다행이나 이번엔 남부지역이 물벼락을 맞았다.
뭐라 할까, 기우제와 기청제를 번갈아 올려야 할지. 예전엔 한해땐 기우제, 수해(장마)땐 기청제를 올리곤 하였다. 지금은 이런 제를 안올리지만 절박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불행중 다행히 집중호우는 하루 소나기로 끝나 계속되는 장마홍수는 면했다. 그래도 피해가 상당하다.
한해와 수해는 대자연의 조화속이긴 하지만 피해정도는 물의 다스림, 즉 인간의 치수에 달렸다. 치수는 나라의 근본이라고 했다. 중국 하(夏) 왕조의 시조 우(禹) 임금이 순(舜) 임금으로부터 선위를 받은 치수설화는 물을 다스리는 것이 백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지금도 다름이 없다.
수해가 났지만 날씨가 또 가물것이다. 가물다가 역시 수해가 닥칠 수 있다. 앞으로도 벼이삭이 팰 무렵에 부는 계절풍, 가을장마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재해대책은 평소 꾸준하여 그칠날이 있어선 안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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