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족법

북한의 결혼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와 같다. 그러나 ‘혁명적 이념에 기초한 동지적’ 사랑을 강조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7세면 결혼을 할 수 있으나 ‘국가는 청년들이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사회와 집단을 위해 보람있게 일한 다음 결혼하는 사회적 기풍을 장려한다’고 규정, 중국처럼 만혼만육(晩婚晩育)을 장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혼인은 국가의 ‘심사’후 ‘등록’되며 약혼의 법적 효력은 없다. 8촌까지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은 ‘근친혼’에 해당돼 결혼을 할 수 없지만 우리처럼 동성동본금혼제도는 없다.

북한의 이혼제도도 우리와는 좀 다르다. 초기에는 남녀평등사상에 입각해 자유 이혼을 강조했으나 1956년부터 ‘협의이혼’제도를 폐지해 이혼하려면 누구나 재판을 받아야 한다. 잦은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두번 이상 이혼하려면 수수료 외에 ‘벌금’ 성격의 돈을 내야 하고 재판에서 부도덕한 행위가 발견되면 거주지에서 추방되거나 형사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1958년의 ‘조선가족법’ 141쪽에는 ‘임신중에 있거나 산후 1년 미만의 자녀를 보육하는 여성, 인민군대의 전사나 하사관, 또는 전투상태에 있는 군관을 피고로 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초기 북한정부의 여성과 아동보호주의, 군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우리의 민법 ‘가족편’에 해당하는 북한의 가족법은 1946년 제정된 ‘남녀 평등권에 대한 법령’으로 시작해 1990년 10월 제정된 ‘조선민주주의공화국 가족법’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호적제와 호주제가 폐지되고 자녀에 대한 부모의 친권은 ‘권리’의 개념이 아니라 ‘의무’의 개념이라는 북한 가족법이 우리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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