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수해

‘농사는 곡식을 가마니에 담아 곳간에 재워야 안다’는 옛말이 있다. 씨앗을 싹틔워 이앙하고 김을 매어 수확하기까지 여간한 공력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마치 아기 키우듯이 온갖 정성을 다 들여야 한다.

자연의 변덕은 예측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아무리 과학영농을 말해도 대자연의 심술은 인간이 당할 재간이 없다. 날벼락같은 한여름 우박은 순식간에 모든 작물을 망친다. 철이른 무서리 또한 생떼같은 농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안와도 걱정인 것이 농사일이다. 보통 너댓번씩 위협받는 태풍 역시 무서운 복병이다. 농사를 짓는데는 이처럼 일일이 말 못할 걱정거리가 많다.

올 농사가 근래 보기드문 대풍이라더니 지난 며칠동안 내린 아무 쓸모 없는 비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닌것 같다. 산사태가 나 인명이 다치고 철도 도로 등이 끊긴 전국적인 피해속에 누런 들판을 휩쓴 흙탕물 홍수를 보노라면 정말 마음 아프다.

늦더위 햇볕속에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야 할 벼가 일조량이 모자라 지장을 받는 것도 뭐한데 홍수에 할퀴어 무더기 무더기로 쓰러졌으니 한시바삐 일으켜 세워야 할 일이 큰 걱정이다. 벼와 함께 논이 유실돼버린 것은 또 얼마나 참담한 일인가. 풍년을 눈앞에 두고 삽시간에 폐농을 당하다시피한 농가가 있을 것이니…. 가을 과일 농사도 치명적일테고.

수해가 남부지방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도내에도 적잖은 피해가 났다. 쓰러진 벼 일으켜 세우는데 대한 당국의 인력지원대책이 시급하다. 가을비는 반갑지 않다는데 이달말쯤 또 한차례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올 추석엔 햅쌀밥을 먹을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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