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교목성 낙엽과수다. 봄에 피는 배나무밭의 배꽃은 순백인 것이 가히 장관을 이룬다. 근대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梨花)학당 이름이 하얀 배꽃의 순결을 상징한 것으로 생각된다. 배는 맛도 있지만 해열에 좋고 이뇨에 도움이 되어 한약재로도 처방된다.
‘고려사’의 경제편이랄 수 있는 식화지(食貨志)에 배나무식재 기록이 나오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당시의 배는 거의 야생의 돌배였고 1906년 뚝섬원예모범장이 설립된 뒤 개량품종 보급과 함께 1910년대엔 일본품종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배다.
태풍 프라피룬이 몰고온 비바람으로 배나무의 낙과가 절반 가까이나 되어 경작농가 피해가 막심하다. 당장 수출물량을 대지못할 형편이라니 여간한 낭패가 아니다. 수출선적도 큰 일이지만 쌓인 낙과처분이 어려운 형편이어서 낙과 팔아주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알고보면 잘 농익을수록이 역할을 다한 꼭지가 약해져 피해를 당한 것이 낙과다. 까치가 종이봉지에 쌓인 배를 어떻게 잘 알아보는지 종이를 찢고 쪼아먹다만 배일수록 맛이 꿀맛인 것과 같다. 배는 다른 과일과 달라서 심지어 썩어도 먹을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맛이 더 있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는 속담이 이래서 나왔다.
낙과는 겉모양의 상품성이 떨어져 비록 수출은 못해도 실수요의 내수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오히려 낙과가 실속은 더 있다 할수 있다. 낙과 팔아주기 운동에 많은 참여가 있으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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