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김영삼 전대통령 기자회견 속앓이

여야는 8일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주의 수호총궐기대회’와 ‘김정일 규탄서명운동’ 추진방침을 밝힌데 대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남북간 화해·협력의 시기를 맞아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칠게 비난하며 규탄서명운동까지 천명하고 나서 ‘혹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YS의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남한내 ‘보수·우익세력’을 자극, 남북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민주산악회 재건방침을 더욱 분명히 한 YS의 행보가 지난 7일 한화갑최고위원의 ‘한나라당 양분론’, ‘제3세력 등장론’ 등의 발언과 맞물려 여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따라 민주당은 가급적 정면대응을 자제하면서 사태추이를 관망한다는 자세다.

섣불리 YS의 발언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오히려 자신을 정치전면에 내세우려는 YS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옥두 사무총장은 YS의 기자회견과 관련 “서글픈 생각이 들며, YS도 남북정상회담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세계여론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할말은 많지만 그만 두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전형 부대변인은 “국민에게 IMF의 멍에를 씌워놓은 사람이 추석을 맞아 국민에게 덕담은 못할 망정 추태를 부리는데 대해 연민의 정과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한나라당도 불편한 심기는 마찬가지.

외견상으로는 YS의 회견내용을 지지하면서도 연말 민산재건 방침이 ‘야당분열’이라는 악수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YS가 다음달 민산회원 1천여명이 대구 팔공산 등반계획이 있으며, 조직강화를 위해 전국을 누비겠다고 밝혔기 때문.

YS의 사조직인 민산은 지난해 9월 재건을 시도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야당분열을 우려, 연기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YS의 발언이 그의 정치일선 복귀선언으로 해석되는 만큼 차기대권에서 야당 유일주자인 이회창총재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비공식 논평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은 YS의 주장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맹형규 기획위원장은 애써 “YS의 발언은 현정권의 국정파탄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혹시 야권분열로 이어질 경우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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