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IMF 사태 우려된다

국제유가가 국제시장에서 지난 18일 걸프전 이후 최고가인 37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가 35달러이면 한국은 내년도에 5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 수출의 효자였던 반도체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대우차는 인수의사를 밝혔던 포드가 포기함으로써 대외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왔다. 그런데다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은 실패하여 오히려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북한문제에만 얽매여 경제문제는 뒷전으로 가 있고 정치권은 당리당략 때문에 정쟁만 일삼아 정기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이다. 주가는 지난 월요일에 무려 50%나 폭락하여 투자자는 망연자실하고, 물가는 치솟아 주부들은 시장에 가기가 겁난다고 한다. 제대로 준비안된 의약분업으로 환자들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내주에는 의대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하고 내달 6일에는 의사들의 총파업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1997년 하반기와 너무도 흡사하다. 그때와 다른 것은 집권당이 바뀌었다는 것일뿐 한국을 에워싼 경제환경은 대동소이하다. 여야 정당은 바뀌었으나, 정치권력층의 구조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경제위기극복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경제각료들은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대책 역시 그때와 비슷하니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유가급등·반도체 하락 등은 국제경제환경의 변화이기에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예견하고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포드의 대우차 포기 등은 정부가 신뢰성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파생된 것이다. 포드의 포기의사를 감지했다면 사전에 대책을 강구, 지금과 같은 주가 폭락은 막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경제위기를 인정하고 비상대책을 세워야 된다. 선심성 경제정책은 과감하게 연기해야 하며,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된다. 금융구조 조정을 더욱 강도있게 실시하여야 되며, 공공부문의 개혁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하지 말고 정부가 스스로 모범을 보여 개혁을 추진해야 된다. 시간은 결코 우리편에 있지 않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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