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모사

‘특정인의 목소리나 또는 새, 짐승 등의 음색을 흉내내는 일’

성대모사에 대한 국어대사전의 낱말 풀이다. 코미디의 한 분야로 특정가수의 노래를 흉내내는 모창, 특정인의 말을 흉내내는 개그의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성대모사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이한 목소리 재주로 발음도 발음이지만 혀놀림과 입모양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런 고사가 있다.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문 맹상군은 인물이 걸출하여 문하에 식견높은 선비에서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진나라 소왕의 초빙으로 정승을 하러 갔으나 그 나라 사람들의 투기가 심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됐다. 할수 없이 야반도주하는데 함곡관에 이르러 관문이 열리는 새벽무렵이면 추적대에 붙잡히는 낭패에 부딪혔다. 이때 문하의 일행중 마침 성대모사의 명수가 있어 닭우는 소리를 냈더니 여염집의 수탉들이 덩달아 울어대는 바람에 문지기가 새벽이 된줄 알고 성문을 열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십팔사략(十八史略)은 이를 계명구도(鷄鳴狗盜)라고 전한다.

한빛은행의 아크월드 부정대출사건 수사에 웬 흉내전화설이 나왔다. 평소 모창을 잘한 아크월드의 전간부 Y모씨가 박지원 전 청와대 공보수석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에게 외압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알수 없는 마당에 실로 황당하다. 현대판 계명구도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박씨를 두둔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세상살이가 점점 우습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성대모사의 장기가 주목되는 코미디같은 세태가 됐으니.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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