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성적표

영국 격언 중 “왕이 길을 잃고 헤매면 백성들이 그 대가를 치른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의 대통령을 왕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통치권 차원에서 생각하면 상황이 전혀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미국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라이딩스 매키비 대통령 여론조사팀’이 미국과 캐나다의 미국사 전공 교수와 역사학자 등 전문가 719명을 포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역사학자들을 통해 조사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 41명의 종합성적표인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을 발표했는데 다른나라 얘기지만 수긍이 간다. 이 성적표는 지도력, 정치력, 인사, 업적 및 위기관리 능력, 성격 및 도덕성 등 5개

과목에 걸쳐 점수를 매겼는데 종합순위 1.2.3.4.5위는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이고, 어린 시절 친구들을 요직에 등용함으로써 친구들이 부패사건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한 워런 하딩은 맨 꼴찌인 41위, 카사노바형인 존 케네디는 15위, 빌 클린턴은 38위를 차지했다.

‘위대한, 정말로 위대한 대통령’, ‘절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끔찍한 대통령’, ‘있으나마나한 대통령’, ‘오하이오 갱단 두목’등으로도 논평된 백악관 주인 41명에 대한 분석조사서를 보면 한국 대통령들의 흔적이 저절로 비교된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들은 이러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잘한 일도 별로 없는데 너무 말이 많다.

‘내 탓이오’는 없고 전부 ‘네 탓이오’이다. 차라리 잠자코 있으면 중간은 된다고 했다. 과거의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적보다는 인간적이어야 하고, 봉사적이어야 한다. 극히 상식적인 진리를 모르는 것 같은 전직 대통령들이 안타깝다. 한국 대통령들의 성적표는 이미 다 나와 있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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