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시작된 PC가격 인하경쟁이 하반기들어 가속화되는 등 대기업의 저가공세에 밀려 정부의 인터넷 PC사업이 신뢰도를 상실해가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정부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은 지식산업에서 비롯된데다고 보고 지식산업의 도구인 컴퓨터 보급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 PC(국민PC)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10월초 사업실행을 앞두고 우체국을 통한 적금 가입자가 7만명을 넘어서는 등 열기가 고조됐으나 가격에 비해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데다 대기업 등의 가격파괴에 밀리면서 점차 소비자들의 인터넷 PC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 본래의 보급취지를 무색케했다.
특히 최근들어선 대기업 및 온라인 업체들의 저가공세가 이어지면서 인터넷 PC의 설자리를 더욱 잃게 하고 있다.
◇대기업 등 PC시장 저가공세
최근들어선 대기업이 컴퓨터 가격파괴에 나서면서 인터넷PC사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PC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극심한 판매부진과 세진컴퓨터 부도 등으로 타격을 입은 인터넷 PC사업이 이제는 대기업의 저가공세에 출범 12개월만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인터넷 PC는 두달만에 14만4천여대가 판매되면서 가정용 가운데 30%의 점유율을 차지해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기도 했으나 올 상반기 총매출량이 26만5천여대로 급감, 상반기 시장점유율이 15%선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기업 PC업체들이 원가수준인 100만원이하의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유일한 무기인 가격경쟁력마저 상실해 장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시장의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최근 100만원이하의 PC를 선보이면서 동시에 업그레이드 행사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이들 업체들은 전국적인 유통망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브랜드 파워로 인터넷 PC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회사뿐만 아니라 LG-IBM과 컴팩-현대멀티캡도 99만원대에 제품을 선보였고 대우통신은 펜티엄Ⅲ 700MHZ급 ‘큐리엄’시리즈를 저가에 내놓아 인터넷 PC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함께 가격인하의 원인으로 최근 급격히 활성화되고 있는 PC온라인 판매를 꼽고 있다.
PC소매가격에서 물류비용과 유통마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대리점의 PC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판매만 하는 나래앤컴퍼니의 매출량이 지난 7,8월 비수기에도 올초 보다 2.5배상승,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기존 오프라인 판매위주로 하던 대우통신, HP 등 PC판매사들이 온라인판매를 잇따라 강화하고 있다.
나라앤컴퍼니의 경우 셀러론 600MHZ급 PC를 17인치 모니터를 포함해 100만9천원(모니터제외)에 판매하는 등 동급의 인터넷 PC보다 평균 10만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점
정부가 보급한 인터넷PC는 ‘저렴한 가격의 고품질 제품’을 앞세운 탓에 참여업체들은 3%정도의 낮은 마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4분기이후 PC시장이 침체되면서 판매가 줄자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8만5천500대에 달하던 인터넷 PC판매량은 6월들어 1만5천244대로 급감했다.
인터넷 노트북 PC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터넷 PC에 이어 지난 4월 노트북 컴퓨터의 대중화를 목표로 ‘인터넷 노트북 PC’를 판매했으나 발열문제 등 제품의 질문제가 소비자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
또한 인터넷 노트북이 출시되자 브랜드 파워를 가진 대기업들이 자사의 노트북 가격을 30%이상 내리는 바람에 인터넷 노트북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판매량을 감소시킨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인터넷PC사업은 전체적으론 PC가격인하효과를 본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인하와 품질을 내세운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의 과점과 시장지배력을 더욱 심화시키고 외국계 노트북 업체만 이익을 보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인터넷 PC의 등장으로 조립식 PC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인터넷PC가 출시되기 전부터 출시후 2∼3달까지는 구매유보 및 관망세로 인해 조립PC업계에 한파가 몰아쳤고 인터넷 PC가 어느정도 단계에 이르면서부터는 많은 고객을 인터넷PC업체들에 빼앗겼으며 대기업들이 PC가격을 내리면서부터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했다.
인터넷 PC는 국민정보화기반 확산이라는 대의적인 차원에서는 성공했더라도 시장원리에 맞지않는 정책으로 인해 업계간 불균형 심화과 소비자에게 불신만 남겼다는 지적이다.
◇대책
인터넷 PC사업은 PC의 대국민 보급화를 촉진시켜 21세기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사업임에도 불구, 사전 준비 미흡 등으로 각종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이렇다할 열매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현재 정통부가 그동안 주관해온 인터넷 PC사업에서 손을 떼고 민간주도 사업으로 추진하는데 대해 정책수립때 예상했던 판매목표에 휠씬 못 미치는데다 인터넷 PC의 성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늘어나는 등 사업자체가 부진하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보사회 기반 구축만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비춰볼때 이제라도 소비자들에게 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PC를 보급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또하나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박승돈기자 sd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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