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지사·구청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예산집행 행태에 제동을 걸게된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마련됐다. 감사원이 만들어 재정경제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국회통과 즉시 시행된다는데 ‘상급자의 위법한 자금 지출 지시에 대해 회계관계직원이 이유를 명시해 거부했음에도 다시 지시한 경우 상급자가 단독 책임을 진다’는 조항(제8조)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단체장이 규정을 어기거나 변칙적으로 집행한 돈은 변상해야 한다. 즉 불필요한 보상, 시가보다 과다한 지출, 다른 항목의 예산을 특정 항목에 끌어 쓴 경우 단체장이 변상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의 모든 長으로도 변상책임을 확대시켰지만 사실상 초점은 자치단체장이다.
1995년부터 민선으로 뽑힌 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기위주의 선심성 예산을 집행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업무지침을 묵살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혈세를 잘못 쓴 책임에 대해선 자기 돈으로 물게 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법을 고쳤다는 것이다.
현행법엔 ‘규정위반으로 인정되는 회계행위를 명령했을 때는 상급자가 연대책임을 진다’(제7조)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동안 단체장이 책임을 진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감사원으로부터 변상 판정을 받은 사례는 모두 50건으로 79억원의 변상액을 모두 회계직원에게 부과했다.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계직원들은 기관장 등 상급자의 부당한 자금지출 지시를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어 ‘억울한 변상’ 사례는 없어질 전망이어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착돼 가는 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 정당한 시책을 위해 예산을 집행토록 지시하는데도 만일 잘못될 경우를 생각한 회계직원들이 지출을 지연하거나 거부한다면 지자체장들이 소신껏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선임을 내세워 국민의 혈세를 주머니돈 쓰듯 한 일부 지자체에 국고의 소중함을 자각시켜준다는 점에서 환영을 한다. 아울러 하급자가 거부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수 있도록 ‘거부의견 표시로 인사 등의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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