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기만 하던 섬에 러브호텔 신축허가를 마구 내주다니…. 개발을 명목으로 갈수록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있는 영흥도가 환락의 섬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도와 선재도가 러브호텔촌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면적 26㎢, 주민 3천여명에 불과한 영흥면에 러브호텔 신축허가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연륙교 건설로 인한 ‘섬의 육지화’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내년 12월께 영흥대교(총연장 1.25㎞)가 완공, 안산시 대부도∼선재도∼영흥도가 다리로 연결되면 이 곳으로 몰릴 행락객들을 겨냥한 사업자들이 옹진군으로부터 줄줄이 러브호텔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건물을 지으려 준비중이다.
올들어 옹진군이 내준 숙박업소 신축허가 건수는 영흥도 23건, 선재도 10건 등 모두 33건. 섬전체가 러브호텔에 둘러 쌓이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이다.
선재도 선착장 인근 해변가. 현재 골조공사가 거의 끝난 모텔건물이 바닷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있다. 30여실 규모의 이 모텔은 세부 마무리공사가 끝나는대로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모텔을 포함해 영흥·선재도에서는 8일 현재 모두 4동의 숙박업소 신축현장에서 발생하는 공사소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연륙교가 완공되는 내년말부터는 이미 신축허가를 받은 숙박업소 업주들이 수십여동의 러브호텔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을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주민 강모씨(38)는 “지금도 주말이면 정신없이 몰리는 행락객의 추태로 낮뜨거울 때가 많은데 러브호텔마저 들어서면 이들과 공생공존의 관계에 있는 각종 유흥업소의 난립은 불보듯 뻔하다”며“앞으로의 주거·교육환경이 어떻게 변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가권을 갖고 있는 옹진군은 러브호텔에 대한 여론이 이같이 악화되자 영흥도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제한키로 했다.
군 관계자는“러브호텔의 폐해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어 숙박시설의 신축을 제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일기자 giha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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