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개선과 한반도

조명록특사의 클린턴회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전달은 예상을 뛰어넘은 새로운 북미시대를 열었다. 지난 반세기동안 ‘철천지원수, 제국주의자’로 비난해온 미국을 협력관계의 동반자로 전환한 엄청난 변화는 더이상의 냉전논리로는 체제유지가 어려운 한계돌파구의 전술상 변화로 해석된다. 북측은 여전히 ‘사회주의 강성대국건설’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적대관계의 종식등 북미공동성명은 북측을 일단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국제사회의 테러반대 노력 지지천명은 북측 자신이 테러를 포기함으로써 외교고립에서 탈피, 다각적 경제협력관계의 모색이 가능하다.

북미 관계의 이같은 급속한 변화는 미국으로서는 현안의 대북정책으로 제시됐던 ‘페리프로세스’의 이행을 대통령선거의 적기 호재로 삼고 북측은 클린턴의 임기전 관계개선을 매듭지으려는 서로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곧 있을 올브라이트 미국무의 방북에 이어 클린턴대통령의 연내 평양방문, 김정일위원장의 방미답방 등은 그 과정에서 국교관계 수립으로 발전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끝나든 미국의 대북기조로 굳어질 공산이 높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이다. 이를 위한 4자회담을 환영하며 평화체제 전환은 준전시의 휴전상태에 공식 종지부를 찍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남북관계 개선, 냉전구조 해체에 또 하나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아진다.

그러나 함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측의 미사일문제가 시험발사 유예에서 포기로 가기까지는 상당한 난관과 조건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측의 내정불간섭 요구는 앞으로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문제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지 않나 하는 경계가 요한다. 그동안의 군사우위 정책이 미국과의 적대상황을 축으로 삼아온 것을 이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북측이 겪을 내부파장이다. 북측은 이를 감안, 북미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김정일위원장의 지도력의 개가라고 교시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세월의 흐름, 세기의 변화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또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급류를 타는 북측의 변화가 한반도의 삼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 대북 및 대미관계에 차질없이 미리 대비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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