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6일 노벨 평화상 수상발표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수상 소회와 향후 국정운영 구상의 기본틀을 밝혔다.
이날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40분 가량 진행된 간담회는 기자단의 축하 박수속에 입장한 김 대통령이 약 15분 동안 수상소감과 ▲국민화합의 정치 ▲인권·민주주의 국가 건설 ▲남북관계 진전 노력 ▲경제강국 건설 ▲서민생활 안정 등의 5대 국정 구상을 피력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는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여러분께 말씀하는데 어렵지만 해낼수 있습니다”, “나를 믿으십시오”, “해 냅니다”라며 강한 어조로 극복 의지를 천명했다.
이어 평화상 수상 상금 10억여원의 용처와 관련한 질문에는 “우리 국민이 지원해 받은 상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뜻있게 쓸 작정”이라면서 “아이디어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9월 수상한 라프토 상금 및 지난해 7월의 필라델피아 자유메달 수상 상금과 관련한 질문에도 “자유메달 상금은 아·태지도자회의에 기증했다”면서 “라프토상은 상금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오늘 희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또 “수상 발표 1초전에라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김 대통령은 “10분의 1초전에도 몰랐다”고 말했으며, 수상발표 당시의 감정에 대해서는 “13일 오후 6시에 안방에서 아내와 지켜봤는데 발표가 된 후 좀 창피한 얘기지만 아내와 껴안고 좋아했다”며 수상당시의 기쁨을 솔직히 털어놓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주 개막되는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이 건국이래 처음으로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국가적 경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요일인 어제도 외교안보수석과 하루종일 회의준비를 했다”고 밝혀 이번 회의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음을 피력했다.
김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날 무렵 “노벨 평화상 타고 처음으로 여러분하고 악수한번 해봐야 겠다”며 출입기자단과 일일이 악수했다.
◇ 김 대통령 서두 발언 요지
오늘은 박수도 나오고 평소와 다르긴 다르다. 매일 이렇게 박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통해 성원해준 국민에게 감사한다. 73년 일본에서 납치당했을 때배에 실려 선창 밑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렸고, 81년 사형선고 받으면서도 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내가 견딜수 있었던 힘은 내 자신의 신앙의 힘이 아주 컸고, 또 하나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 세상을 떠도 국민과 역사속에서 당당히 평가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됐다.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서 대통령이 되고 평화상도 받는 영광을 얻었으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지금은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을 준비하는 시기다. 26개국 정상이 모여 아시아와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큰 틀을 잡는 중요한 회의이며 우리나라로서는 국가적 경사다. 협력을 바란다.
수상자가 된 뒤 많은 생각을 했지만 ASEM 때문에 워낙 바빠서 별 구상을 못했지만 우선 무엇보다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
국민이 모든 분야에서 화합하고 정치도 여야가 화합의 정치를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정치답게 평화속에 경쟁하고 정책을 가지고 대결하고, 그러면서도 화합의 틀을 깨지 않는 그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둘째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약간의 공헌을 한 것이 수상 원인이었다. 부끄럽지 않게 한국이 인권, 민주주의 국가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셋째로 가장 큰 수상 이유가 남북관계 진전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긴장완화와 평화적 교류 두가지 측면에서 착실히 발전시켜 나가겠다.
넷째는 앞으로 경제적 세계적 경제강국이 되어야겠다.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과 더불어 노력하겠다. 4대 개혁을 내년 2월까지 마무리 짓고 전통산업과 정보산업, 생명공학을 3위일체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다섯째는 서민생활을 안정시켜 의료와 교육을 반드시 보장하도록 하겠다. 기초생활 보장도 중요하지만 서민을 포함해 모든 국민을 평생 재교육시키고 새로운 정보화 시대에 맞는 고급인력으로 양성하겠다.
ASEM이 끝나고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듣고 생각을 한뒤 다시 만나 (국정구상을)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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