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람들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함대 군인들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 약속이 엊그제 끝난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이 도서는 조선조 왕실의 각종 행사를 공식 기록한 것으로 약탈문서중 63권은 국내엔 진본이 없다. 시라크대통령은 도서를 2001년 말까지 돌려주기로 했으나 문제는 돌려받는 대신에 우리가 주기로 한 고문서의 가치를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1993년 9월 서울에 온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김영삼대통령간에도 이번같은 합의가 있었으나 우리측이 제시한 고문서가 그들이 돌려줄 외규장각 도서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거절해 왔다.

시라크대통령은 당시 “도서반환을 위해 이를 보관하고 있는 파리의 국립도서관직원과 며칠을 싸우다시피 했다”고 청와대에서 말했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측이 또 어떤 고문서를 줄 것인지는 아직 알수 없으나 상응한 가치가 없다며 거부한 적이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측이 이번이라고 순순히 응해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것도 자신들의 조상이 약탈해간 주제에 주어도 거저 주는 것이 아니고 ‘영구임대’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내 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가운데 그래도 우리가 배워야 할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 나라 것이든 남의 나라 것이든 문화재를 그토록 끔찍이 아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전문가(문화재) 앞에선 미테랑이든 시라크든 대통령도 꼼짝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으면 감히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해 싸우기는 커녕 목(직장)이 달아날까봐 말 한마디면 꼼짝도 못할 판이다.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지 않은 것은 괘씸하지만 대통령과 맞서는 국립도서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도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프랑스 사람(대통령)들이 무척 부럽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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