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나아지긴 뭐가 나아져요. 몇년전만해도 이 시간대면 혼수품 구입고객들로 바글바글댔는데…”
26일 오후 2시께 수원 남문시장내 Y포목점(주인 홍모씨·42·여). 결혼시즌인데도 혼수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켜 썰렁함마저 일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전만해도 이맘때면 넘쳐나는 손님들로 인해 여종업원과 함께 눈코뜰새없이 바빴으나 IMF를 겪으면서 다지나간 옛일이 돼 버렸다.
5년전 전세점포로 시작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나 IMF이후 손님의 발길이 줄기 시작해 요즘은 한달평균 250만∼300만원을 판매, 간신히 전세비와 인건비만 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홍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나 서민들의 가계소비는 찬바람이 쌩쌩불고 있다”며 “요즘처럼 파리만 날린다면 내년초에는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위의 포목점들도 점포내 형광등 불빛만 환하게 밝힌채 TV를 시청하거나 옆 점포주인과 이야기하며 손님이 찾아와 주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내 건어물점포 거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
몇년전만해도 건어물점포 80여곳이 양길가로 길게 늘어서 찾는 손님들로 인해 지나다니기 조차 힘겨웠으나 지금은 다사라지고 12곳만이 생존해 있어 한산하기만 하다.
아버지때부터 지금까지 40여년간 S건어물점포를 운영해오는 안모씨(52)는 번영했던 옛날을 잠깐 떠올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몇년전부터 점포를 찾는 손님이 줄기 시작해 요즘은 하루평균 6명 가량이 찾아오는 실정이다.
안씨는 “IMF이후 서민들의 소비가 계속 꽁꽁 얼어붙은데다 2년전부터 할인점이나 백화점이 셔틀버스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손님을 싹쓸이해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적 상거래 운영방식인 수원 남문시장의 소점포들은 규모와 경쟁력에 밀린데다 손님들의 발길조차 뚝 끊기는 등 어려움이 가중, 존립기반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관식기자 k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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