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슬픔과 한의 응어리를 풀고 통일에의 희망을 이야기한 무용극 ‘연인(戀人)’이 오는 17일(오후7시)과 18일(오후5시) 경기도문예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경기도립무용단(예술감독 조흥동)의 15회 정기공연으로 마련되는 이번 공연은 이산가족의 아픔과 재회의 감격을 그린 한국창작무용. 남과 북으로 상징되는 연과 인의 해후를 통해 지난 반세기동안 이데올로기속에 희생됐던 두 연인의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그림으로써 분단으로 인한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슬픔과 한을 어루만지고 더 나아가 남과 북의 하나됨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작품은 반백의 노인이 돼서야 서로 해후하는 극중 연이와 인이의 춤을 통해 서로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통한의 깊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원래 하나였던 것이 어떻게 하나로 되돌아가는지 그 회귀의 과정을 눈물겹지만 희망적으로 그려낸다.
18세에 혼례를 올린 동갑내기 고향친구 인이와 연이. 그러나 6·25전쟁으로 인이는 군대로, 연이는 남으로 향하면서 둘은 갈라진다. 둘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기나 긴 이별을 하고 연이는 혼자 아들을 낳아 키우게 되는데 자랄수록 인을 닮아가는 아들마저 독재자에 대항해 싸우다 목숨을 잃고 다시 혼자가 된다. 연은 죽을 결심을 하지만 인의 환영은 그런 연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데, 이제 세월은 젊음도 아름다움도 다 앗아가고 아픔과 그리움의 주름만 남긴다.
마침내 벽은 허물어지고 5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난 후 반백의 노인이 되어 만난 연인. 그들은 함께 아들의 묘비앞에 나란히 서서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때로는 연인들의 즐거움과 풋풋함이 곳곳에 배어나오는 축제분위기로, 때로는 역사의 바람이 세차게 불며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의 춤사위로, 또는 산고의 고통을 겪은 후 평온을 되찾는 몸짓으로 표현되어지는 이 작품은 연과 인의 젊은날의 사랑, 헤어짐의 아픔, 연이의 출산, 아들의 죽음과 연이의 오열 등 극적인 장면마다 춤사위가 아름답고 격정적이며 때로는 공허하게 모습을 바꾼다. 특히 연이의 기나긴 기다림은
동래학춤으로 변형된 춤사위가 도입되고, 또 두 사람이 해후하는 장면의 2인무는 정한이 서린 진양조의 느린 춤사위로 표현된다.
오은희 작·조흥동 안무의 이번 공연은 도립국악단의 생동감있는 현장 연주로 더욱 멋지게 펼져진다.
조흥동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이산의 고통을 체험한 1세대의 아픔을 달램은 물론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도 부모세대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서로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통한의 깊이를 눈물겹지만 희망적으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A석 5천원, B석 3천원. 문의 230-3242∼7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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