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여당의 것도, 야당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국회일 뿐이다.”
최근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표결무산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이중플레이’ 의혹에 시달렸던 이만섭 국회의장의 격앙된 목소리다.
그동안 중립적인 자세로 국회를 운영해왔다는 평을 들어왔던 이 의장이 탄핵안 무산과 관련 ‘여당과의 사전교감설’이나 ‘30일 본회의 사회 불인정’을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에 적잖이 속이 상한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경선으로 선출된 이후 이 의장이 여야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던 사건은 크게 두가지.
지난 7월에는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안 운영위 날치기 이후 직권상정과 단독국회 운영을 거부했다가 여당측으로부터 불만을 샀고, 이번에는 야당에게 공격을 받았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의 직권상정 거부 당시에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YS(김영삼 전대통령)때도 날치기를 하지 않은 분”이라는 극찬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원칙에서 벗어난 사회로 의정을 파행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이 의장은 지난 20일 자신을 항의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느냐”, “비겁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야가 각종 쟁점현안에 대한 합의점 도출에 실패, 스스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의장에게 책임을 전가,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불쾌감인 것이다.
결국 이 의장은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정치권을 향해 여야 합의로 국회법이 개정될 경우 언제든지 당적을 이탈하고, 때가 되면 의원들의 신임까지 묻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국회가 파행으로 흐를 때마다 “국회법에 따라”를 외치며 거중자 역할을 자임해온 이 의장이 왜 얄팍한 정치권으로부터 비난화살을 맞아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다.
여야는 국회의장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 아니라 중립적 위치에서 소신있게 국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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