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 업계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예금인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호신용금고 업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1조원의 유동성 지원등 몇가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고객들의 불안이 쉽게 가시지 않아 예금인출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우량금고조차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구리금고 등 3개 금고가 또 영업정지됨에 따라 올 들어 경기·인천지역에서만 12개 금고가 문을 닫았고 전국적으론 31개 금고가 영업정지되는 등 사실상 퇴출됐다. 참으로 우려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신용금고의 위기는 동방금고와 열린금고 사고에서 드러난 것처럼 대주주들이 고객예금을 마음대로 빼내 개인자금으로 유용한 안전확보 장치의 미비와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잇따른 불법 대출 사건이 신용금고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결과다. 여기에다 정부 당국자가 동방금고 사고와 비슷한 금융사고가 1∼2개 신용금고에서 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업계 3위의 동아금고가 특별한 불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예금인출사태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문을 닫게된 것은 경솔한 당국자의 실언책임이 크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용’이다. 금융기관 스스로의 잘못이건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든 신용이 추락하게 되면 신뢰를 바탕으로 맡겨진 돈이 이탈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금융신용추락은 곧 금융기관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동안 전국의 사금융업자들을 편입, 서민금융의 대명사로 성장해오면서 서민과 지역 중소상공인들이 이용해온 신용금고 업계의 붕괴는 자칫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특별대책이 시급하다.
물론 당국은 유동성 지원과 사고 금고의 예금인출 허용범위를 2천만원으로 늘리는 등 몇몇 조치들을 취하고 유동성 문제로 퇴출될 금고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으나 업계와 투자자들의 신용 공황상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예금인출사태를 잠재우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새해에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에 대비해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예금을 옮기려는 금고 고객들의 심리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제 당국은 우선 살려야 할 대상 금고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지금으로선 고객의 불신을 해소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후속조치로 신용금고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사고예방체제를 강화하는 등 공신력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위기를 금고업계가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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